노력은 종종 배신한다
“꾸준히만 하면 목표에 도달할 것이다. 듣기엔 그럴싸하다. 하지만 틀린 말이다.”
-안데르스 에릭슨 K. Anders Ericsson
영화 <하얼빈> 오디션 통해 얻은 쓰라린 교훈입니다.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일 년 동안 오디션과 촬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00번 연습하기로 마음먹었죠.
100번이나 연습하면 캐릭터에 통달할 수 있을 것만 같았거든요. 지정 대본을 프린트했고, 바를 정자를 써가며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반복하고, 또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말 100번이나 연습했는데도, 연기하기가 불편했습니다. 심지어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답답했습니다. ‘많이 반복할수록 수월하게 흘러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여러 차례 촬영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습니다. 그렇게 찜찜하고 허탈한 마음으로 영상을 제출했습니다. 역시나, 오디션 측에게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100번 연습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에릭슨 박사는 말했습니다.
“해결책은 더 열심히 하는 게 아니다. 다르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열심히 하는 건,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연습입니다. 바로 <하얼빈> 오디션에서 제가 한 연습이었습니다.
다르게 한다는 건, ‘심적 표상’을 활용하여 스스로를 피드백하고 개선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의식적인 연습’이라고 합니다.
*심적 표상: 잘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
무작정 반복 보다는,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주고, 그걸 수정하려고 노력했어야 합니다. 혹은, 날카로운 시각의 소유자에게 코멘트를 들어야 했습니다.
피드백이 없으면 나쁜 습관을 만듭니다. 아무리 시간을 쏟아도 실력은 제자리입니다. 그렇게 배우를 퇴보시킵니다. 반면, 스스로를 현명하게 피드백하는 배우는 누구보다 빠르게 발전하는 배우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은 피드백의 중요성을 간과합니다. 오직 연습을 열심히하면 실력이 늘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반복합니다. 그렇게, 변화를 경험하지 못합니다.
열심히하면 실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는 건, 사회의 잘못된 믿음입니다. 단순한 반복은 희망의 가면을 쓴 방해꾼이기 때문입니다. 희망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결국 매몰차게 배신할 겁니다.
‘어설픈 피드백’ 역시 위험하다
피드백은 배우에게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피드백을 주는 사람의 ‘심적 표상’이 높아야 합니다. 즉, 연기를 보는 기준이 높고 예리해야 합니다.
심적 표상이 부족하면, 피드백의 퀄리티도 그만큼 떨어집니다. 반면에 연기를 보는 눈이 탁월하다면, 탁월한 피드백을 줄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악은, 아무에게나 피드백을 부탁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기를 볼 줄 모릅니다. 스스로는 잘 안다고 착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친구에게 피드백을 받으면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지 않던가요? 훌륭한 피드백은 배우에게 ‘아하!’하는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머리에 전구가 켜지는 느낌과 흡사하죠.
피드백은 오직 소수의 탁월한 사람들에게만 부탁해야 합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 역시 말했습니다.
“다수의 대중이 아닌, 오직 한 명의 전문가에게만 의견을 들어라.”
다시 말하지만, 피드백은 연습의 지름길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저는 ‘피드백’의 힘을 무시했기에, 먼 길을 돌아와야 했습니다. 이제 그 지름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셀프 피드백: 실패하지 않는 4가지 방법
1. 스스로 모방하지 않기
연기를 모니터링할 때 좋은 점이 있었다면, 그 연기를 재현하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그 느낌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관객도 큰 감흥이 없을 겁니다.
좋은 연기가 튀어나왔을 때, 다시 해보려고 하면 숨어버리지 않던가요? 다시 재현해내려는 시도는 모방이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좋은 연기는 모방이 아닙니다. 순간의 진실과 충동을 통해 나온 것입니다.
자신의 인상 깊었던 연기를 반복하려 애쓰지 마세요. 애쓰지 않아도, 필요한 순간에 새로운 모습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2. 스스로 비판하기 않기
피드백과 비판은 다릅니다. 피드백은 건설적이고, 비판은 파괴적입니다. 모니터링을 하면 나의 외모적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걸 무시해야 합니다. 관객은 우리의 외모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배우 자신만 관심있습니다.
물론, 꼬인 사람들은 배우의 연기를 보며 외모를 평가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위해 연기하지 않습니다. 관대하고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바라봐 주는 관객을 위해 연기합니다.
우리는 성형외과에서 견적을 받기 위해 모니터링을 하는 게 아닙니다. 연기를 피드백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외모가 아닌 연기에만 집중하세요.
외모에 시선이 쏠리면, 연기를 포착하기 어려워집니다. 관대한 마음을 가지고 오직 연기적인 기술에만 집중하세요.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정확한 연기 피드백’이 더 중요합니다.
내가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영상 속 배우는 철저하게 다른 사람으로 받아들여보세요. 그래야 피드백이 더 정확해집니다.
그게 어려우실 수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건 뭐든지 어렵습니다. 하다못해 자전거 타기도 여러 번 시도해야 하니까요. 몇 번이나 시도해 봤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세요.
3. ‘심적 표상’에 어긋나는 부분 메모하기
만약 내 연기를 관찰해도 무엇을 피드백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연기 지식이 부족하다는 신호입니다.
‘심적 표상’이 높을수록 줄 피드백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 번 보는 것으로 그치지 마세요. 각 부분을 쪼개며 반복적으로 시청해야 합니다. 이때 비로소 형체가 드러납니다.
나의 연기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서 피드백 해보세요.
타인에게 코멘트를 준다는 생각으로 메모해 보세요. 꼭 ‘메모‘를 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이 왜곡되거나 까먹기 쉽습니다.
아마 불편하고, 좌절스럽고, 회의감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느낌이 ‘성장통’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우리는 편안함에 안주하면 성장하지 않습니다. 컴포트존(편안한 영역)에서 벗어나야 성장합니다.
연기 지식을 습득하고 위대한 배우들의 연기를 관찰하는 데 시간을 쏟으세요. 그러면 피드백은 더욱 정교해지고 예리해집니다.4. 피드백 개선하기
피드백을 메모한 것을 읽어보세요. 아마 여러 문제점들이 발견됐을 것입니다. 이를 인지하고, 다시 연기해 보세요. 메모한 것을 개선한다는 생각으로요.
단, 너무 몰아붙이지 않아야 합니다. 관대한 마음을 가지세요.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세요.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우니까요.
이걸 하루에 최소 3회에서, 최대 10회까지 반복하세요. 지친다는 느낌이 들 때 그만두시면 됩니다. 그 이후로는 훈련이 아닌 노동입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가장 효과적으로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바로, 행동 ➝ 피드백 ➝ 개선 입니다. 안데르스 에릭슨 박사가 주장한 ‘의식적인 연습’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력을 비범하게 끌어올려 줍니다.
에릭슨 박사와 그의 팀이 30년간 연구한 결과이며, 저 역시 드라마틱하게 연기력이 늘게 되었습니다.
감히 예상컨대, 앞으로는 이 방법을 아는 배우와 모르는 배우로 나뉠 것입니다. 전자는 앞서갈 것이고, 후자는 뒤처질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최악의 연습법은, ‘같은 걸 반복하는 것’입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력은 퇴보합니다. ‘컴포트존’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올바른 피드백을 통한 ‘개선’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연습법을 반복한다면, 실력이 빠르게 좋아지실 겁니다. 모두가 놀랄만한 후천적인 재능이 계발되실 겁니다. 그렇게 거장의 경지에 가까워지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