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떤 연습을 해야 돼?

“연습은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연기 예술의 가장 큰 문제는, 명확한 연습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피아니스트, 발레리나, 화가는 어떤 연습을 해야 실력이 향상되는지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구체적인 연습 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럽습니다. 배우에게는 그런 명확한 연습이 없으니까요.

발음과 발성 연습?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즉흥 연기? 꾸준히 하기도 어렵고, 막연합니다.

연기력에 도움을 주는 ‘간접적인 훈련’들은 있지만, 직접적인 훈련법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결국 연기 실력을 높이려면 직접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꾸준한 연습이 어려웠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직접적인 훈련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배우들은 오디션이나 촬영이 코앞에 닥쳐야만 연습하곤 합니다.


게으른 연습

저는 게으른 편입니다. 그래서 연습을 시작하는 게 유독 힘듭니다. 무엇보다 귀찮고, 두렵습니다. 어느 순간, 열정만으로는 연습을 지속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의지력에는 한계가 있고, 우리는 모두 천성이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게으른 저도 ‘이 방식’으로 10년간 연습해왔습니다.

첫 시작은 교보문고에서 구매한 대사집이었습니다. 사놓고도 연습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영화를 보던 중, 연습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영화 속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자극받았기 때문입니다. 대사집을 꺼내, 가장 마음에 드는 독백을 골랐습니다. 즉흥 대사였습니다.

연기를 해봤습니다. 그러자 문득 제 모습이 궁금해졌습니다. 휴대폰을 요령껏 위치시켜 (당시에는 삼각대가 없었습니다) 촬영해 봤습니다. 사실 별 기대는 안 했습니다. 하지만 즉석 복권을 긁어보는 심정으로 확인해 봤죠.

토할 것 같았습니다. 목소리도 이상하고, 외모도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연기도 너무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약간은 개선할 수 있을 것만 같았죠.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빙판에서 넘어져 다시 일어나는 심정으로, 다시 시도해 봤습니다. 조금만 고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힘들면 그만두었습니다. 그렇게 이 연습법을 반복했습니다.

영상 속 저에게 욕을 퍼부어주고 싶었지만, 나름 소소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연기가 미세하게 변해가고 있었거든요. 다행히 그 당시에도 연기를 보는 기준은 높았습니다. ‘심적 표상’이 높았죠. 그래서 나름 정확한 셀프 피드백이 가능했습니다.

당시에는 이 연습법이 안데르스 에릭슨 박사의 ‘의식적인 연습’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별생각 없이 지속한 것이었죠. 할수록 효과가 좋은 것 같아서 계속했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네요.

가끔 옛날 연기 영상을 봅니다. 그러면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어떻게 저 실력으로 대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을까 싶어서요.

이제부터, ‘10년간의 연습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즉흥 대사

즉흥 대사 연습을 시작한 건 10년 전입니다. 별 의도는 없었고, 사실 외우기 귀찮아서 시작했습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눈에 들어오는 아무 대사를 집었습니다. 하품을 크게 한 번 하고,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데 부담이 없으니 연습 빈도가 눈에 띄게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야 습관 전문가들이 말하는 ‘습관을 만들려면 하기 쉬워야 한다’ 원칙을 저도 모르게 실천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죠.

“습관을 만들려면, 하기 쉽게 만들어라.” – 제임스 클리어

그래서 대사를 외우지 않습니다. 연습을 시작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아직 대사를 못 외웠으니까 다음에 연습하자’ 라며 스스로 타협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몸을 풀거나 발음 연습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꾸준히 연습을 지속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했습니다.

즉흥 대사는 컴포트존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어떤 대사가 나올지 모르기에 불편하며, 어떻게 표현할지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나아가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2020년 봄, 우연히 헤럴드 거스킨의 <연기하지 않는 연기>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때 알게 됐죠. 거스킨의 훈련법 ‘지면에서 떼어내기’가 무심코 해왔던 연습과 비슷하다는걸요. 그래서 거스킨의 방식에서, 연습법을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1. 대사를 뱉기 전에 충분히 심호흡하기
  2. 충동이 떠오르면 과감하게 끄집어내기
  3. 이성의 검열 없이 뱉어버리기
  4. 텍스트와 내 상상력을 연결하기
  5. 촬영 → 모니터링하기

반복, 또 반복하기

이 연습법 덕분에 즉흥 연기가 수월해졌습니다. 이성의 검열 없이 끄집어내는 걸 반복하다 보니, 표현도 과감해졌습니다.

촬영, 그리고 개선

우선, 촬영을 시작합니다. 연기를 개떡같이 하는 모습을 봐야만, 연습을 해야겠다는 조급함이 올라오거든요.

그래서 먼저 촬영 시작 버튼부터 누릅니다. 그리곤, 눈에 보이는 대사를 집어 들어 무작정 앵글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 순간에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1차 목표는 ‘대본을 들고 카메라 앵글 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럼 자연스레 연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일종의 트릭입니다. 스스로를 슬그머니 속이는 거죠.

‘나는 너가 예상하는 힘든 연습을 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대본만 가지고 앵글 안으로 들어가려고. 그게 전부야. 그 후부터는 너 마음대로 해.’ 라고 뇌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상당히 응큼합니다.

그러면 무조건 연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긴박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용량이 아깝다는 생각이 스쳐가기도 하고요.

그렇게 얼떨결에 첫 대사를 맞이합니다.

그럼 3-5분짜리 영상이 만들어집니다. 영상을 확인해 봅니다.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본다고 상상해 봅니다. 유심히 관찰합니다. 예상했던 모습이 보이거나, 전혀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영상을 보며, 동시에 최상의 연기를 펼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메모하는 것입니다. 메모를 안 하면 스스로 느낀 귀중한 피드백이 사라지기 쉽습니다.

그 후 곧바로 촬영 버튼을 누릅니다. 메모한 코멘트를 염두에 두고 다시 연기를 시작합니다. 보통 5번에서 많으면 10번까지 대사를 연습합니다. 그럼 약 35-55분 정도 소요됩니다. 이 정도 연습량이면 충분합니다. 이걸 매일 반복합니다.

그럼 눈에 띄게 연기가 발전할 것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메타 인지도 높아질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타고난 배우라는 소리를 듣게 되실 겁니다.

이 방법은 안데르스 에릭슨 박사의 ‘의식적인 연습’에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이 방법은 전반적인 연기력뿐만 아니라, 연기 센스 자체를 향상시켜줍니다. 그래서 변수가 많은 현장에서도 유연하게 헤쳐나가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오늘부터 시작해 보세요.

성공배우 3분 연기 노트

매주, 3분이면 읽을 수 있는 밀도 높은 연기 인사이트를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쇼핑 카트